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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공-감: 민주중적중류(五月共感:民主中的众流)

    파시즘의 귀환
    “탈식민주의”와 “인권”은 20세기의 세계 정치를 이루는 두 중심축이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흐른 지금 우리는 자유,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정치적 궤변과 무력의 행사는 이러한 개념들을 변칙적이고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과거 좌익 이념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발생했던 각종 사회문제와 생계문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민주주의 사회들은 국익을 우선시하는 보수주의를 옹호하게 되었고, 좌와 우를 초월한 파시즘이 세계 전역에 출현하게 되었다.

    다층적 공감대(Co-sensus) 형성을 위한 클러스터링
    범좌익 진영은 19세기 후반과 1960년대, 그리고 1980년대에 가졌던 공감대 형성 능력을 상실했다. 이제 우리는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단순한 방법으로 이 공감대를 표출하게 되었다. “포퓰리즘”이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에서는 양날의 검이 된 것이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시위나 터키, 우크라니아, 인도네시아, 인도, 이란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운동들은 파시즘의 부활을 저지하려는 무정부 운동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익 정권들은 이러한 운동을 무시하거나 무력으로 진압해왔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러한 추세를 극적으로 중단시켰고, 많은 우익 정부와 전체주의 국가들이 불투명한 정보와 가짜 뉴스로 인해 국내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고민해야 할 정치 환경은 포퓰리즘을 포용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창의성을 요구한다. 중앙집권이 해체된 시대에 “클러스터”로서의 “군중”은 사회적 연대와 결집을 위한 강력한 희망이자 무정부적 이상이 되었다. 다른 한편,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나”라는 개념이 시장 전체를 휩쓸어 버렸다. 온라인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인해 모든 것이 “전산화”된 오늘날 “집단”의 발생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동(emotivity)과 밈(meme)은 관계의 교류를 촉진하여 클러스터링과 집단화를 유발한다. 요컨대, 클러스터링은 정체성의 응축이나 완성이 아니라 정체성 형성 이전에 나타나는 공감대인 것이다.

    데모-스트림(Demo-stream)의 역동적 요소: 물이 되어라
    감동의 에너지와 힘은 물결을 일으킨다. 물결의 출발점(감동의 행위)은 우리가 예술활동을 통해 형성하려는 공감대를 향한 결집 행위이다. 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공감대 형성의 어려움 혹은 “인지의 결여”는 구조적 관계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개인의 미세한 감정을 배제한 채 인위적으로 주입한 밈(meme)을 언어화하여 그 감정들을 일반적인 요소로 대체하는 데서 생긴다. 그러므로 물결을 일으키는 “감동”을 통해, 우리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미세한 요소들의 공유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후반이 냉전의 종식과 완전한 민주화에 있어 중요한 시기였다면, 새로운 세계적 정치환경을 배경으로 대한민국과 대만에서는 계엄령 해제와 독재정권의 해체를 촉구하는 수차례의 반독재 운동과 자유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1980년대 민주화 시위의 물결은 시대적 담론의 중심이 되지 못했다. 반면, 오늘날의 다층적 공감대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 사건에 함축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실제로 개인들은 서로 다른 클러스터들의 차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연결하여 창의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는 40년 전에도 그랬고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다 깊이 인지한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의 철학이었던 “물이 되어라”의 개념은 감동, 물결, 그리고 민주적 역동성을 아우르는 상징(token)으로서 실질적인 본보기가 된다.

    데모-스트림(Demo-stream)의 계절
    “물이 되어라”가 무술의 기본 철학이듯이, 우리는 이를 민주주의의 기본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즉, 정치 상황에 자극 받은 “개인들이” 공공 장소로 쏟아져 나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특정한 힘을 행사하기 위해 다른 이들과 유동적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개인들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협력관계를 맺음으로써 새로운 외부환경의 등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물이 되어라”는 많은 민주주의 사회들로 하여금 보강된 정보 전달이나 감정 및 경험의 공유를 통해 역경을 이겨내고 능동적인 관계망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물이 되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시위의 물결을 이끈다.

    “5월(May)”은 중국의 1919년, 프랑스의 1968년, 대한민국의 1980년, 그리고 대만의 1988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나들이를 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자신을 표현하며 목소리를 내기에 좋은 봄의 계절인 20세기의 “5월”은 변화와 젊음의 에너지로 가득했었다. 이제 우리는 21세기의 5월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세기의 “5월들”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밖에 나가 친구들을 만나고, 더욱 섬세해진 마음가짐으로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꿈꾼다. 우리는 “데모-스트림(Demo-stream)”과 작가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이 활기찬 연대와 운동의 더 많은 층들을 발견하기 바란다. 우리는 바이오폴리틱스의 시대에 민주화에 대한 생태학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민주화 운동은 새로운 공동체 개념의 출현, 새로운 인식의 공유, 그리고 새로운 공존의 세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제목 오월 공-감: 민주중적중류
    큐레이터 황 치엔훙
    일시 2020. 5. 1. – 7. 5.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10:00 – 17:00
    장소 관두미술관
    슈에유안 루 No.1 Rd, 베이터우 구, 타이베이 시, 대만
    무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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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OGRAPHIES OF THE CURATORS

    황 치엔훙은 타이베이예술대학교 다간학제예술원(Institute of Trans-disciplinary Art)의 조교수다. 동아시아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전시기획과 집필, 번역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트렌스-픽션: 아시아 연구 프로젝트』(2017),『불협화음의 하모니』(2016),『몽타쥬의 미소』(2013), 『트렌스-플렉스 어젠더』(2011) 등 다수의 서적을 출간했고,『Esthétique relationelle of Nicolas Bourriaud』 (2013),『Image-Mouvment, Image-Temps of G. Deleuze』(2003),『La guerre n’a pas eu lieu』(2002),『L’objet singulier of J. Baudrillard』(2004),『Destin des images of J. Rancière』(2012)등 현대미술과 관련한 주요 미학 서적을 중국어로 번역했다. 또한 ‘침↑폼의 아름다운 세상과 EMU’ (2012), ‘정신분열증 대만 2.0’ (2013), ‘후기-움직임’ (2014), ‘트렌스-플렉스’ (2011), ‘불협화음의 하모니’ (2016), ‘재난속 공/감’ (2019), ‘퀴어링 움벨트’ (2019) 등을 기획하며 큐레이터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중국 광저우의 비타민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에서 초청 연구원 (2018)을 지냈고, 항주 융합미디어 미술대학에서 편집의원으로 활동했다. 이 외에도 대만과 베이징을 중심으로 여러 학계 편집위원회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